서울에서 불과 1시간 거리, 고속도로만 따라가면 도착하는 곳. 바쁜 일상 속 잠시 숨을 고르고 싶을 때, 화려하진 않지만 정겹고 따뜻한 정취가 살아있는 도시가 있다. 바로 경기도 이천이다.
이천은 수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도자기의 고장이자, 맛과 향이 뛰어난 ‘임금님표 이천쌀’의 고향이며, 도심 근교에서 유럽식 온천을 경험할 수 있는 힐링 여행지이기도 하다. 도심의 소음에서 벗어나 조용하고 알찬 여행을 원한다면, 이천만큼 괜찮은 선택지도 드물다.
천 년의 세월이 흐른 도시, 이천의 역사
이천의 역사는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백제의 영토였던 이 지역은 고려시대를 거치며 점차 도자기 중심지로 성장했고, 조선시대에 이르러 왕실 도자기를 굽는 관요(官窯)가 설치되면서 ‘백자의 본고장’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이천은 여주, 광주와 함께 ‘조선 백자 3대 중심지’로 불리며 국내 도자기 문화의 중추 역할을 해왔다.
이천의 도자기는 단순히 유물로만 머물지 않는다. 오늘날에도 수많은 도예가들이 작업을 이어가며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있고, 도자예술촌을 중심으로 창작과 체험, 전시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또 하나 이천을 빛내는 자랑은 바로 ‘이천쌀’. 조선시대 임금님께 진상되었던 쌀로, 지금도 그 명맥을 이어가며 ‘임금님표 이천쌀’이라는 브랜드로 전국에 이름을 알리고 있다. 미네랄이 풍부한 토양과 맑은 물, 큰 일교차가 이천쌀 특유의 찰지고 단맛 나는 밥맛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이천에서 꼭 가봐야 할 명소 Top 5
1. 이천 도자예술촌 – 도자기, 예술, 자연이 어우러진 공간
이천 도자예술촌은 단순한 도자기 전시장이 아니다. 도예가들의 작업 공간이자 갤러리이며, 도자 체험이 가능한 살아있는 예술 마을이다. 초벌 도자기에 그림을 그려 나만의 접시나 머그컵을 만드는 체험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다.
이곳에선 도자기 외에도 유리공예, 목공예, 금속공예까지 다양한 공방들이 함께 자리하고 있어, 마치 작은 예술 도시를 거니는 느낌을 준다. 봄과 가을에는 다양한 축제와 플리마켓도 열려 더욱 활기가 넘친다.
2. 설봉공원 & 설봉산 – 도심 속 힐링 산책지
설봉공원은 산과 호수, 잔디밭과 산책로가 어우러진 시민들의 쉼터다. 바로 옆의 설봉산(394m)은 가볍게 등산하기 좋아 주말이면 가족 단위로 많이 찾는다.
정상에 오르면 이천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날씨가 맑으면 멀리 용인까지도 시야에 들어온다. 공원 내에는 야외조각공원, 인공호수, 분수, 어린이놀이터 등이 있어 아이들과 함께하기에도 좋다. 특히 가을 단풍이 곱게 물드는 시기엔 꼭 한번 들러볼 만하다.
3. 테르메덴 – 도심 근교에서 즐기는 독일식 온천 스파
이천의 또 다른 명물인 온천. 그중에서도 테르메덴은 독일식 온천욕 문화를 도입한 독특한 스파 리조트다. 따뜻한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수중에서 걷거나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다 보면 몸과 마음이 사르르 풀리는 느낌이다.
야외 온천과 실내 워터존, 찜질방, 테라피 마사지 등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 있어 하루 종일 여유롭게 머무를 수 있다. 특히 겨울철 눈이 내리는 날의 노천탕은 또 하나의 낭만.
4. 월전미술관 – 조용한 감성을 채우는 예술 공간
이천이 자랑하는 또 하나의 문화 명소는 시립 월전미술관이다. 동양화의 대가 월전 장우성 화백의 작품을 중심으로 전시가 이루어지며, 그 외에도 다양한 현대 동양화 작가들의 전시도 함께 열린다.
미술관 자체가 아름다운 자연 속에 어우러진 구조라, 전시 감상 외에도 산책 삼아 들르기 좋다. 규모는 아담하지만 작품성과 전시 기획이 알차서 미술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은근히 알려진 명소다.
5.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이천 – 여행 중 쇼핑도 빠질 수 없지!
이천 여행의 마지막 코스로 추천하는 곳은 바로 이곳. 국내외 다양한 브랜드가 입점해 있고, 쇼핑 외에도 야외 조경, 전통 마켓, 푸드코트 등 볼거리, 먹을거리가 다양하다.
특히 평일엔 한산하고 할인율도 높아, 실속 있는 쇼핑을 원하는 여행자에게 딱 좋다. 여행의 끝을 달콤하게 장식하고 싶다면 근처 ‘이천쌀밥 맛집’에서 푸짐한 한상을 즐겨보자.
이천 여행을 더 알차게 즐기는 팁!
- 가장 좋은 계절은 가을: 매년 10월 즈음 ‘이천 도자기 축제’와 ‘이천 쌀문화 축제’가 열린다. 지역 먹거리, 문화 공연, 체험 부스 등이 어우러져 가족 여행에 제격이다.
- 자가용이 있다면 이동이 훨씬 편리: 주요 관광지 간 대중교통 연결이 다소 불편한 편이라, 차량 이용을 추천한다.
- 이천쌀밥 맛집 리스트를 미리 체크하자: 쌀밥이 주인공인 만큼 식당마다 돌솥밥, 나물 반찬, 장류 등에 심혈을 기울인다. 유명한 집은 웨이팅도 있으니 참고!
마무리하며…
경기도 이천은 언뜻 보면 평범한 중소도시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천 년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현대적 힐링 요소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여행지다. 도자기 마을에서 느긋한 산책을 즐기고, 백자의 맥을 잇는 도예가의 손길을 가까이서 느껴보고, 온천으로 몸을 녹이며 맛있는 쌀밥 한상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
이천은 바쁘게 뛰지 않아도, 특별한 테마 없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도시다. 다음 여행지를 고민 중이라면 이천으로 방향을 잡아보자. 하루가 짧게 느껴질지도 모른다.